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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은 속으로 형인 허봉을 이해할 수 없었다.
허균은 곁눈질로 이달을 훑어보고는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이달을 안
중에 두지 않고 자기 멋대로 시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허균의 버릇없는 행동이 형
인 허봉의 눈에 거슬린 것은 당연했다.
“자네는 시인이 이 자리에 와있는데 어찌 그리 경망스러운가? 일찍이 손곡 이달
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는가?”
허균은 순간적으로 찔끔했다. 이달의 외모나 말투로 보아서 시 한 구절 제대로
지을 사람같지 않았다. 그런데 허봉은 이달을 시인이라고 소개하며 깍듯하게 예우
하는 것이었다.
‘……?’
허균은 아무 대답을 못하고 앉아있었다.
“내가 이분께 청하여 자네를 위해 시 한편을 지어보도록 하겠네.”
허봉은 이달을 바라보며 즉시 운을 불렀다. 이달은 즉시 칠언절구 한 수를 지어
보였다.
운을 부르다 呼韻
날이 맑아 굽은 난간에 오래 앉아 있었지만
겹문까지 닫아걸고 시도 짓지 않네
담구석의 작은 매화가 바람에 다 떨어지니
봄빛은 살구꽃 가지 위로 옮겨 가는구나
曲?晴日坐多時 閉却重問不賦詩
牆角小梅風落盡 春心移上杏花枝
허균은 깜짝 놀랐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이달의
겉모습을 보고 얕보았다가 큰 실수를 했던 것이다.
“정말로 제가 어른을 몰라 뵙고 너무 무례를 범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그 즉시 얼굴빛을 고치고 무릎 꿇어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이 장면이 이달과 허균의 첫 만남이었다. 이때가 허균의 나이 14세 때이다.
이상의 이야기는 홍만종의 ‘소화시평’에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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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 향토문화 회원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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