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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소식을 살피니 정신이 끊기고 메마른 울음이 나오는데 어찌 다함이 있겠
습니까? 두보가 말한“구원황천의 길에 만날 기약도 다했네”란 구절과 같습니
다. 애통합니다. 애통합니다. 또 편지를 읽으면서 그대의 정의에 감격하여 지렁
이의 힘이나마 애쓰고 힘써 올리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그대가 보내준
붓은 뾰족하고 가늘어 큰 글자를 쓰기에 마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의 책상
위를 보면 쓴 글자가 형편 없는데, 모두 군색하고 졸렬하여 글자의 이치를 이루
132)
지 못했으니 안타깝습니다. 금색 종이와 고정
에 쓴 글자는 둘 다 비교적으로
133)
좋지만, 고정지에 쓴 글자가 조금 낫습니다. 진자
라면 더욱 악필로는 이룰
수없는 것이어서 아침저녁으로 살피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몸을 반성하고 나
를 생각하는 도구인데, 마땅한 붓이 없어 해서에 능하지 못해 거꾸로 좋은 종이
를 버리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자획이 공교
롭거나 졸렬한데 있지 않고 요점은 정밀하게 연구하여 뜻을 경계하는 데 있으
니 힘은 얼굴에까지 이르고 법도는 땅에까지 닿았습니다. 겸하여 제 편지에서
이 경계하는 정성과 뜻까지도 생각하신다면 다행이고 다행이겠습니다. 무오년
(1498년)의 논의와 같은 일을 지금 써서 올리지 않는 것도 또한 생각이 있어서
이니아울러양해하시기바랍니다.
일은 살펴보니 그대의 말이 과연 옳습니다. 다만 토산물이 맞지 않아 그저
미욱한 노비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또한 본성이 본래 세밀하고 쓸데없는
일을 점검하고 관리하지 못해 처지가 가련합니다. 저는 또한 병으로 기운이 많
이 손상되어 어둡고 빈 초가집에 얽매어서 쓸쓸하게 지금까지 왔습니다. 말로
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도 고민과 걱정은 말할 수 있으니 지금 살펴 그대가 보
시는 것이 또한 옳습니다. 그러나 마땅히 한 문파와 더불어 다시 논의하고 도모
할 뿐입니다. 남은 심정은 다 적지 못하고 바빠서 여기에서 그칩니다. 바라건
데 더욱 강업에 매진하십시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제 기운이 너무 좋지
않아 바로 경계하는 글을 쓰지 못합니다. 그러니 와서 며칠 머물다가 가시구려.
아울러 살피시구려. 편지가 늦고 게으른 것을 허물하지 말아 주십시오. 7월 13
134)
일에 자암이 머리 숙입니다. 정순
이 보여준 일은 마땅히 잘 유념하시기 바랍
니다.
132)고정:함경도에서나는귀리짚으로만든종이.
133)진자:해서(楷書)를일컫는말.
134)정순:누군가의자인것같기도하고,아니면“바르고순하게”의뜻으로도풀이할수있겠다.
2장_3.자암집제2권│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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