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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정오 무렵 읍포에 정박하니 절도사가 창원부사 이순, 김해부사 이세
127)
번, 함안군수 안방신, 거제현령 신구수
,진주판관 이종, 진해현감 조충령, 사
천현감 이유, 당포만호 이세전, 오양권관 봉귀달을 인솔했는데, 그들 모두 자신
들이 통솔하는 병선 몇 척씩을 내오니 도합 2백 척에 이르렀다. 수영에 집결하
여 그달 초여드레에 바다에서 나와 욕지도로 와 정박 했다. 제포첨사 유성령과
안골포만호 우현조, 영등만호 김균, 지세포만호 황윤문, 조라포만호 허인, 옥포
만호 강감, 율포권감 성세충에게도 배가 백여 척이 있어 모두 섬으로 와 정박했
다. 바다를 살피니 푸른 해역이 만 리로 이어졌고 파도가 눈앞에 가득했다. 앞
뒤의 섬들이 둘러쌌고 노와 돛대가 빽빽하게 차서 좌우를 둘러 동서로 바쁘게
오가는데, 깃발들은 하늘을 뒤덮을 기세였다. 배의 이물과 고물이 바다를 옹위
128)
하면서 노를 재촉하여 앞뒤로 나서고 돛을 아래위로 펼쳤는데, 결습
과 사부
는 이미 갖추어졌고, 군사 병졸들도 서로 대오를 가지런히 하여 이쪽에서 외치
면 저쪽에서 호응했다. 북소리와 뿔피리 소리가 나란히 울리니 병사의 위세와
군대의 위용은 바다의 신도 능멸해 울릴 만했다. 바다 속 물고기들도 다들 기세
에놀라꽁무니를빼고달아날지경이었다.
물 위에서 밥을 끊여 먹고 물 위에서 잠을 자면서 기다린 지 닷새 만에 척후
선을 전라좌수영에서 파견하여 적군을 탐색하여 토벌할 지 여부를 살피니 조방
장 황보겸과 이안세가 벌써 경계로 들어서서 짐짓 이종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군호를 정한 뒤에 군선을 발진시킬 만하다고 보고하니 이에 다시
군사를 나누어서 미조항과 평산포에서 매복했고, 각자 휘하의 군사를 인솔하여
비미도에 주둔해 정박했다. 그날 밤 먹구름이 무너질 듯 몰아치고 거센 바람이
갑자기 휘돌면서 뒤엉킨 바람은 바다를 말아 올릴 듯했고, 거친 파도는 하늘을
찰듯했다. 우레와 천둥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바로 코앞도 분간할 수 없었다.
서로 배안에 많은 병사들을 깊이 숨겨두었는데, 늠름한 충성과 분노로 손바닥
을 치고 손에 침을 뱉으면서 순식간에 소탕할 것을 결의하니, 참으로 웅장한 모
습이었다.대장부의행군에이와같은일이한달에두세번이었다.
무릇 선비가 세상에 태어나 편안히 앉아 잠자고 먹으려고 한다면, 애를 쓰
며 산다지만 큰일은 이루지 못할 것이다. 평안한 것만 좋아하고 험난한 것을 미
워하는 자라면 어찌 족히 지금 이 자리에서 논할 가치나 있겠는가? 그래서 이
127)신구수: 1484~1534년. 조선 중종 때 의 문신. 풍저창수 신우정의 아들이다. 철산군수와 군자감
첨정을지냈다.
128)결습:활을쏠때쓰는기구.
94│묵향의본향에서조선4대명필자암김구를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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