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10페이지

또 저 하늘이란 것은 만물이 바탕을 삼아 시작되는 근거이고, 땅은 만물이
바탕을 삼아 살아가는 근거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기르면서 고생하고 노심초사
하는 은혜가 천지의 그것과 합치하니 그래서 망극(다함이 없다.)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순 임금이 근심을 한 까닭은 그 호흡과 혈기가 몸에서 소통하지 않음
이 없는 것과 같으니 어찌 불순하여 자식의 도리를 잃겠습니까? 반드시 어버이
의 후덕함을 미루어서 크게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합니다. 천지를 섬기는
도를 바탕으로 부모를 섬기는 정성을 얻게 되니, 그것이 대효(大孝) 입니다. 진
실로 부모님의 마음을 저버리고 은혜롭게 여기면서 흠모하는 심정을 버린다면
이것은천지를더럽게여기고천지를버리는꼴입니다.
제가 순 임금의 대효에 대해 느낀 바가 있습니다. 무릇 옛날의 큰 성인들은
아버지가 완고하고 어머니가 시끄러워 곳집을 수리하고 우물을 파는 재앙이 있
어 거의 천륜이 무너질 지경이 되었으니, 부모와 자식 사이의 근심을 알 수 있
습니다.때문에 부귀영화를 초개와 같이 보고 천하를 헤어진 신발짝처럼 보아
106)
다만 부모님 뜻에 순종하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을 뿐입니다. 만약 고수
가 저
107)
예
에 이르지 않았다면 순 임금의 근심도 끝내 해결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러니자신을위해근심한것이아닙니다.
부모님에게 순종하지 않는다면 궁핍한 사람이 돌아갈 곳이 없는 것과 같습
니다. 천하를 빛내는 것은 성인에게 있고, 성인에게 명을 내리는 것은 하늘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늘이 공자를 낸 데에도 그 뜻이 있을 것이지만, 다시 공
자를 곤궁에 처하게 한 것은 하늘이 성인을 곤궁하게 만든 것은 아닙니다. 장차
공자로 하여금 천하를 두루 다니게 하여 눈 멀고 귀 먹은 풍속을 바로잡고 좋은
정치를이루는법이만세에드리워지게하려는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주나라의 도가 쇠미해지고 왕의 기강이 해이해지자 신하도 능
히 그 군주를 두지 못하고, 자식도 능히 그 부모를 두지 못하게 되어 하늘의 이
치가 이미 없어졌고 인간의 욕망만 들끓게 되니, 성인의 세상을 가르치려는 마
음이 어찌 이것에 대해 항상 두려워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이에 공자께서 왕
도의 기풍이 삭막해진 것을 걱정하고 세상의 도리가 쇠미해진 것을 애통해 하
여 천리로써 자임하고 사도로써 스스로 기약하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공자의
106)고수:고제우순의아버지다.
107)저예:『맹자』이루 편에 나오는 말. 순 임금이 온천하가 자기를 추대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오직 완악했던 그의 아버지를 극진한 효성으로 받들고 감화시켜 천하에 부자 사이의 윤상의 기본
이확정된것을일컬었다.
88│묵향의본향에서조선4대명필자암김구를만나다

현재 포커스의 아래내용들은 동일한 컨텐츠를 가지고 페이지넘김 효과및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페이지이므로 스크린리더 사용자는 여기까지만 낭독하시고 위의 페이지이동 링크를 사용하여 다음페이지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