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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께서 숫자로 헤아린 것을 듣고 싶어 하니 감히 혀를 숨겨둘 수 없어 짐
짓 백에 하나를 열거하니, 우리나라의 열성조께서 왕위를 서로 이으시어 당우
삼대의 풍속을 만회하고자 힘쓰고 요순과 우왕, 무왕의 마음을 본받고자 하셨
을 때 반드시 먼저 아래 백성들의 마음의 재앙부터 막고 또 술의 재앙을 막았습
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것을 금한 일은 태종께서 지은 계주의 글에
서부터 나왔고, 이어 세종께서도 보이셨는데, 이는 바로 하나라 우왕이 맛좋은
술을 미워하고 주나라 무왕이 누이의 나라에 고하며 위무왕이 잔치의 풍성한
마음을지은것과같은취지입니다.
사람마다 마땅히 스스로 술에 빠지는 악습을 없애고 순박한 옛날의 풍속을
따르도록 힘써야 합니다. 비녀장을 우물 속에 던져버리고 몸을 술독사이에 눕
히면서 사대부로서 술에 빠진 사람들은 누룩을 베고 술지개미를 깔고 있지 않
으면 얼굴이 불그레하거나 허리가 썩었으며, 평민으로서 술에 방종한 사람들
98)
은 읍양
하는 예를 엄숙한 연회에서도 행하고 온유한 표정을 화목한 의식에서
행해야 하는 줄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 홀로 어찌 감당 하시겠습니까? 성상께서
보위에 오르신 해로부터 아래에서 음수를 숭상하는 이들이 날마다 달마다 술에
빠져 극에 이르러 완전히 취해 일도 내버린 사람들이 있었고, 어지럽고 문란해
져 덕을 내 팽개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밤낮으로 술집에서는 술에 취해 비틀
거리면 춤을 추고 길거리와 골목에서는 소리를 지르면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귀를 어지럽혔습니다. 음란하여 방종하고 방탕한 이들을 두고 세상에서는 통달
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술과 여색을 멀리하면 사람들은 썩었다고 말하는데, 심
한 경우에는 상복을 입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술에 취하고 재계하면서 지낼
때도 술과 산가지가 어지러우니, 3년 동안 복상하는 일을 어찌 제대로 치르겠
으며경건하게재계하는정성이어디에있겠습니까?
무릇 술과 고기는 하나의 물건일 뿐인데, 지금은 이를 나눠서 둘로 하니 어
쩌다 이렇게 어그러졌는지요? 술을 이미 얻어 마신다면 돼지고기와 닭고기 국
물 등을 구해 함께 뜯어 먹는 일과 어느 것이 낫습니까? 이것으로써 조정에도
99)
이르고 이것으로써 방기
에도 이르며 이것으로써 사방에 이르러 그렇게 하지
않은경우가없으니이것이무슨풍속입니까?
다만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근래에는 해마다 곡식이 여물지 않고 죽어 백성
98)읍양:두손을잡고허리와고개를숙이면서겸손한뜻을표시함.
99)방기:경기도지역을말함.때로는전국을말하기도함.
84│묵향의본향에서조선4대명필자암김구를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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