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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가 된 그는 위장된 눈물을 자꾸 흘리기만 했습니다 사람이란 이세상에 태어나서 한번
죽지 두번 죽지는 않는 법입니다 내가 죽드라도 아내와 같이 죽으리라 하고 결심을 단단히
하였던 것입니다
조정은 물론 친척까지도 위장된 장사라는 것을 아주 까맣게 몰랐습니다 그리고 송병희는
여기저기를 방랑했습니다
그 후 일년이 지났습니다 그는 영천에서 두번째 아내를 맞이한다고 결혼식을 올렸습니
다 어떤 신부인지 진한 화장에 꿀물을 눈에 발라 눈을 뜨지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습
니다 결혼식은 마을 사람들의 열광속에 진행되었습니다
타향천리 아무도 그들의 상태를 잘 모르는 마을사람들은 그저 경사가 났다고 음식을 먹고
술이 취해 비틀거리곤 했습니다
양팔을 부축 받으며 예를 올리는 신부의 얼굴에선 눈물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마을 사람
들은 이 신부 좀 보게나 좋은 신랑 얻고 너무 행복해서 눈물까지 흘리네 어허허허
라고
웃곤 했습니다 허나 자기를 그토록 사랑하기 때문에 관을 만들어 상여를 내고 묘를 만들고
그리고 자기를 위해서 이렇게 결혼식까지 위장해서 자기를 구해 주겠다는 남편을 생각할 때
그녀의 눈물은 살았다는 보람에서 기쁨에 복바친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바로 화장을 진하게 하고 얼굴에 다닥다닥 분칠한 그녀는 김옥균의 누이동생이었고 송병
희의 아내였습니다
여보
정말로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당신의 은혜
에 아니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지요 제가 다시 죽는다 해도 이젠 아무 소망도 미련도 없을
것 같아요
부인 그게 무슨 말씀이시요 어찌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는데 부인 혼자 갈 수가 있단 말
이오 그러니 죽더라도 같이 죽는 겁니다
여보 흑흑흑
. "
."
그들은 영천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사흘만에 천안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천안에서 은거
한 그들은 꼭 신혼인것처럼 다정했습니다
여보 만약에 제가 없다면 당신은 어찌하셨을
. "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정말
1
?"
아니 내가 부인을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겠소 부인이 죽으면 나도 죽고 내가 죽으
"
면 부인도 죽는 것이니 아무 염려 말아요
"
그런데 여보 아주 촌락에 가서 농사 지으며 살아요 네
"
?"
부인 나도 생각했던 바요 아주 이 계제에 이사를 합시다
그들은 천안에서 얼마동안 살
"
."
다가 이제는 아주 촌락에 묻혀야 겠다고 생각하였던지 충청남도 서천군 판교 땅에서 여생을
보냈던 것입니다
년 아산군 영인면 아산리에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람으로서 자객에게 죽음을 당하고
1914
그것도 대역죄로 시체하나 찾지 못하고 김옥균의 머리카락이 묻히던 날 옛 동지 박영효는
이렇게 추도사를 읽어 내렸습니다
비상한 재주를 갖고 비상한 시국을 만났는데 비상한 공은 없고 비상한 죽음만 있으니
"
김옥균 공이여
하고 추도사를 읽다가 울어 버릴 때 이를 구경하던 마을 부녀틈에서
한 할머니는 울음을 참지 못해 주저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 할머니가 누군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할머니가 바로 김옥
균의 누이동생으로서 판교에 사는 균이었습니다
김옥균의 옛 동지 박영효가 추도사에서 지적한 대로 비상한 재주가 있었던 김옥균이 햇빛
을 보지 못하고 자객에게 죽음을 당해서 비상한 죽음만 남겼으니 그 가문을 이어 나갈 누이
동생 살리게 한 데에는 균이 남편 송병희의 비상한 머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충남 공주 정안에서 태어나서 어렵게 자라나 천안 광덕에서 글을 읽었고 한양에 올라가서
는 비상한 재주로 출세길에 올라 이 나라를 개화시키겠다는 일념에서 정변을 일으킨 김옥균
과 누이동생 가족과 깊은 사랑의 시간은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머리가 좋은 풍운아를 오빠로 두었기에 죽을 고비를 몇번 넘기면서도 끝내 김옥균의 가문
의 마지막 한 사람으로서 살아 있다는 보람으로 살아온 균은 정말 남편의 지극한 사랑 밑에
서 생애를 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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