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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효”
사상 공주시 초·중고 학생 백일장 입상작
<고등부 산문 장원>
할머니
오 솔 지
| 공주 금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할머니께서는 언젠가 오빠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돈이 없어서 대학교 등록금은 내주지 못해도 용수, 솔지 옷 한 벌 사주고 싶구나.”
그러나 할머니께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셨다. 아니, 약속을 지키실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이
세상에는 할머니가 안 계시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는 작년 이맘때쯤 돌아가셨다. 1년이라는 시
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할머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나는 유독 할머니를 좋아하고 따랐다. 할머니께서도 몇 안되는 손자 손녀들을 아끼고 사랑해주
셨다. 할머니께서는 4살 때 병을 앓으셨는데 바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소아마비로 평생을 사셨
다. 그리고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셔서 글을 읽지 못하셨다.
철이 없었던 어린 시절에는 이런 할머니가 창피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식당 주방에서 엄마가 일하셨다. 마음대로 빠질 수 없는 엄마를 대신
해서 할머니께서 운동회에 오셨다. 절뚝거리고 손을 자유롭게 못하는 할머니가 창피해서 얼굴을
붉히고 살금살금 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철없던 내 행동으로 인해 혹시나 할머니께서 상처를
받으셨을까봐 죄송하다.
중학교 3학년때, 조금이나마 철이 들었던 나는 할머니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3학년 때 엄마에
게‘풍’이 왔다. 엄마는 한쪽에 마비증세가 왔고 대전에 있는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했다. 우리들
은 엄마 없는 집에 덩그러니 남아있게 되었다. 엄마의 빈자리가 그리웠던 나는, 매일 저녁에 엄마
와 전화를 하면 말없이 전화기만 붙잡고 펑펑 울었다.
힘들었던 나에게 기댈 곳이 필요했다. 그 때 할머니께서 집에 오셔서 집안일을 도와주셨다. 하루
하루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엄마가 퇴원한 이후에도 할머니께서는 몸이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집안일을 도와주셨다. 할머니께 진심으로 감사했고 나도 할머니를 많이 챙겨드리기로 다짐했다.
한번은 할머니께서 나에게 글씨를 가르쳐 달라고 하셨다. 귀찮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조금씩
가르쳐 드렸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날 때쯤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병원에서 다시 쓰러지면 생
JUL/AUG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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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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