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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학생백일장 입상작 - 산문
십년 후의 계획
양 소 철
유구중학교
2학년
하루에도 수없이 들어가는 할아버지 댁 대문, 걸어서 1분도 채 안 걸리는 그곳을 저는 매일 오
고갑니다.
소학교를 간신히 졸업하신 할아버지는 집배원이 되셨습니다. 몇 십년 동안을 자전거를 타며 편
지 배달을 하시던 할아버지는, 퇴직을 단 몇 년 남기고 그만 중풍에 걸리셨습니다. 당시 엄마와
아빠는 좁은 방에 살고 계셨는데, 공주 시내에 있는 아파트를 마련하려고 집을 알아보고 계셨습
니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듯한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만 가까이에 살아달라며
집 한 채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몇 달 후, 할아버지의 병은 나았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3급이라는
불행을 안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엄마에게서 들은 할아버지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는 지금 조그마한 양봉일을 하십니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는 더 이상 자전거를 타실
수 없으셨죠. 정성스레 꿀을 모으실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우리 집에 갖다 주시는 그 얼굴, 꿀
뿐만 아니라 사소한 것들도 아낌없이 주시는 그 얼굴이 정말 좋았습니다.
지난 2월 할아버지 생신 때에 제가 말했습니다. “ 할아버지. 저 결혼할 때까지 오래오래 사 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너 결혼하려면 십 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하며 한숨을 푹 쉬셨습니
다. 나는 그저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말씀드린 건데, 괜히 후회가 되더군요. 사랑하지만
겉으로는 잘 표현하시지 않는 할아버지. 꿈이 많은 나는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후의 계획까지
다 세워 놓았는데….
할아버지와 함께 걸을 때면 다리가 불편하셔서 항상 늦게 걷는 것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조금은 화가 나서일까요? 오빠와 함께 할아버지의 걸음걸이를 흉내냈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는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요. “하지 마, 그런거 따라 하면 못 써.”라고 하셨던 할아
버지. 그 때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화가 나서 그랬던 걸까요, 아니면 그 걸음이 창피해서 그랬던
걸까요?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던 그때의 제가 너무나 창피하고 수치
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도 혼내신 적 없는 할아버지이십니다. 한 번은 할아버지가 제 손
을 꼭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공부 열심히 해서 펜을 잡고 사는 사람이 되렴.”펜을 잡고 사
는 사람이라... , 처음엔 어리둥절 했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힘든 노동을 해서 벌
어 사는 사람이 아닌 책상 앞에 앉아서 편히 일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제 서야 할아
버지가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할머니와 싸울 때면 꼭 져주는 우리 할아버지, 떠들고 뛰어다녀도 가만히 계시는 우리 할아버
지, 동네 사람들에게 친절하신 우리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가 있어 제가 있기에, 저는 할아버지
에게 행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편찮으신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십년 후 계획은
제가 세워드릴 것입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실 할아버지를 위하여, 오늘도 할아버지 댁에 들릅니다.
公州文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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