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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암은 1488~1534년(성종 19~중종 29) 때의 사람이고 양사언은
1517~1584년(중종 12~선조 17) 때의 사람이다. 따라서 양사언보다 연대적으
로 29년이나 앞선다. 또 자암집에 뚜렷이 수록된 것으로 보아 양사언이 자암의
시조초장을인용한것임을알수있다.
중묘 조에 자암 선생께서 옥당(玉堂 : 홍문관의 별칭)에서 당직을 하게 되었
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의관을 정제하고 있었다. 하루는 월야에 촛불을 밝게
켜놓고 글을 읽고 있었다. 때에 밖에서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괴상히 여겨 문을 열어보니 중종(中宗)께서 청상
에 계시고 별감이 주안상을 가지고 따라와 있지 않은가. 이에 황급히 뜰아래에
내려가 예를 올리니 중종이 말하기를‘오늘 같이 밝은 달밤에 글 읽는 소리를
듣고왔으니이밤은군신(君臣)의예를떠나벗으로대하자’하였다.
술상을 마주하고 조용한 가운데 술잔이 오고 갔다. 흥이 일자 중종이 말하
기를‘글 읽는 소리가 청아하니 반드시 노래도 잘 할 것이다. 나를 위해서 노래
를 불러보라’하였다. 자암은 꿇어 앉아 대답하기를‘오늘의 성은은 고금에 없
는 일이오니 옛 노래나 지금의 곡조로 아뢰기 보다는 신(臣)이 직접 지어서 노
래를부르겠습니다.’하고즉석에서아래와같이불렀다.
기껍구나!오늘이야말로!즐겁구나!오늘이야말로!
옛날부터오늘날까지견줄곳없는오늘이구나.
날마다오늘같으면무슨성가실것이있으랴!
그리고중종이다시재청을하니또노래를지어부르기를,
오리의짧은다리가학의다리가되도록
검은까마귀가해오라기가되도록
무궁토록복을누리셔서억만세를누리소서.
이렇게 중종의 건강과 만수무강을 기원하였다. 임금 앞에서 즉석으로 이렇
게 시를 지어 읊는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요 대단한 일이다. 높은 시안(詩
眼)이 아니고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중종이 듣기를 마치고는 칭
찬한 다음「그대에게 노모(老母)가 있다는 말을 들었노라. 담비의 모피로 만든
갓옷을하사하오니가져다가드리도록하라」하고담비의갓옷을하사받았다.
46│묵향의본향에서조선4대명필자암김구를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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