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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하지 않았다. 이에, 자제들이 여러 번 무리하지 말 것을 간청했으나 듣지 않았다.
이로부터 지병이 더욱 심해졌다. 이 해 여름 6월 14일이었다. 증세로 보아 생명이
위급한데도 불구하고 선생은 사람을 불러 몸을 부축케 하여 일어나 앉았다. 세수를
하고 머리카락을 손질했다. 옷깃을 단정히 하고, 눈을 비비어 얼굴 표정을 편안하게
했다. 그런 뒤 자리에 반듯이 누워 숨을 거두었다. 이때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번쩍
여 방안을 비추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한의 위공(魏
公)이 세상을 떠나던 날 있었던 일에 비교하였다. 향년 75세였다. 이듬해 6월에 장
례를 지냈다, 장사는 공신의 예법에 따라 관가에서 지내 주었다.
선생은 천성과 자질이 맑고 아름다웠다. 옥같이 따뜻하고 금같이 굳세어서 근엄하
면서도 친해지고 싶은 인물이었다.
어렸을 때 여러 벗들과 함께 허초당(許草堂)에게 배웠다. 마침 퇴계 선생께서 그 자
리에 앉아 계시다가 선생을 보고는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짐작했다. 판추 원혼(元判
樞 混) 어른은 세상에서 신묘한 감식능력이 있다고 일컫는데, 아주 좋은 이름난 향
을 얻고서 말하기를,
“인품이 이 향과 서로 비슷한 사람은 오직 홍 아무개이다.”
라고 하였다.
이에 선생이 비로소 자신의 재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반고에게서는 문장을 배우
려 힘쓰고 두보에게서는 시를 배우기에 힘썼다. 최경창, 이순인 등 여러 문객들과
더불어 우열을 다투며 시조와 한시를 공부했다. 그러다가, 민습정(閔習靜)의 문하에
들어가 배웠다. 그때에야 비로소 문장력이란 조그만 재주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드디어 그 학문을 모두 버리고 실천하는 학문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 뒤에 또 퇴계 선생 문하에 들어가 배우면서 더욱 밝고 빛나는 근원을 보게 되었
다. 행동과 학업이 더욱 명백하고 통쾌하여졌다. 편벽되고 사사로운 것은 끊었다.
원대하고 공정한 것을 행하는 데에 힘을 썼다.
공이 사헌부에 있을 때, 조 원이 이조좌랑으로서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자기 마음
대로 제수하고 천거했다, 공은 이 일을 용서하지 않고 탄핵했다. 조 원은 선생의 오
랜 친구였다. 이율곡이 이를 보고 옛날의 법도가 살아있다고 칭찬하였다.
선생이 금오당상이 되었을 때, 황정욱이 도적에게 잡혀가서 임금을 저버린 죄에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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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神道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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