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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회원의 글
류 인 석
(수필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은 젊어지는 모양이다.
집 모퉁이 감나무 가지에다 나지막하게 들인
오랜 세월의 등을 넘어 뿌옇게 빛바랜 사연들
평상에 올라 억척으로 울어대던 매미들의 합창소
이건만 추억은 언제나 맑게 솟아난다. 그래서
리 자장가 삼아 늘어지게 자고 깨면 어느새 소 풀
어느 문호(
)는 추억을 가리켜“삶을 썩지 않게
뜯기러 나가야 할 시간이다. 소 풀 뜯기는 것은
하는 소금”이라고 했던가.
농사에 바쁘신 아버지가 나에게 몫 지워준 여름날
이토록 추억은 잊혀 질 수 없는 옛 시간의 간절한
일과였다. 나뿐이 아니고 이웃집 친구들도 모두
언어다. 아름다운 문장과 아름다운 시가( 歌)
그랬다.
치고 추억의 사연과 연관되지 않는 게 별로 없다.
날마다 햇살 설핏해지는 여름날 오후 시간이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추억은 역시 어릴 적
대절(
)밑 벌판은 풀 뜯기러 나온 동네 소들의
고향 추억이다.
품평회장이였고, 짓궂은 개구쟁이들의 천국이
내 고향은 서산(
)이다. 죽어서도 묻힐 곳
었다. 애들끼리 신이 나서 소싸움도 시켜보고,
이다. 어릴 때만해도 내 고향 서산은 말 느리기로
수소 암소 엉겨 붙어 부끄럼 모르고 짝짓기 하는
유명한 강촌의 대명사였다. 생활문화가 다 그랬
모습을 호기심 꼴깍대며 지켜보기도 했다.
었다. 땀띠 극성 때문에 짧은 밤잠 설치고 나면
땅값이 금값 되면서 지금은 대절 밑 풀밭도
다음날 아침밥도 거른 채 10리길 학교로 달려야
없어졌고 소 풀 뜯기던 개구쟁이들의 왁자지껄
하던 여름날 추억이 떠오른다.
하던 풍경도 없어졌지만, 여름만 되면 내 추억은
밤잠 설친 날의 아침 보리밥은 왜 그리도 뜨거
아직도 그 곳에 가서 서성이곤 한다. 인생에 있어
웠던지, 한 두 수저 뜨다만 채 책보 들쳐 메고
고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희미한 환영(
달려 나가는 어린 것 등 뒤에서 어머니 가슴은
인가, 나만의 연민인가.
번번히 안타까움으로 조여들었다. 오후에 학교
내가 고향을 떠나 온지도 벌써 60년을 헤아
끝나고 집에 오면 허기가 밀려온다. 파리 떼
린다. 가난에 쫓겨 생애구책을 찾다보니 정착한
새까맣게 덮인 시렁에서 거친 보리밥 한 덩이
곳이 바로 지금의 대전(
)이다. 각박함이 칼날
바가지 냉수에 말아 마시듯 퍼먹고 나면 어린 몸
같은 타향 객지에서 열심히 뛰어봤지만, 아무
에도 노곤함이 천근이나 졸음 되어 밀려들었다.
것도 얻은 것 없이, 어느덧 석양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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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_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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