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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유년시절 살았던 산골의 흙벽집에서 마을 쪽으로 내려왔건만 지금의 가옥 역시
마을에서 가장 깊은 산속에 있는 끝집이다. 한때 합심해서 농사를 짓고 웃음 짓던 산양
리 마을은 6·25때 비극을 겪었다. 머슴들이 어제의 주인댁을 급습하고 안채를 차지한
까닭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또한 분수를 모르고 날뛴 자들을 처단한다며 숱한 목숨이
사라졌고 시체를 짊어지고 산속으로 올라가는 곡소리가 적지 않았다. 죄 많아 살기 민
망하여산양리에못살고또빈궁하여못살아서동네는자꾸만빈집이늘어가고아이들
소리잘잘하던 삼서초등학교는어느덧폐교가되어버렸다.
갯벌에바닷물이차면새우젓을싣고오던배들을묶던나무가이제는바다가아닌들
녘을 바라보면서 아스팔트 도로가에 쓸쓸하게 서있다. 군복을 입은 마을의 청년들이 총
을 쏘며 연습을 한 총탄을 아직도 품고 있는 소나무의 아픔은 누구도 기억하고 있지 않
다. 한때는 떡시루를 받던 느티나무는 불에 타서 사라졌으니 그 자리에 거목이 있었음
을알지를못한다.
다만, 오목가래로 땀흘리며 일구어낸 황금 들녁이 산양리의 앞에 펼쳐져 있고 기우제
를 지내느라 세 길도 넘는 기원 돌을 세워놓은 ‘남산평’ 선돌이 다만 윗머리라도 마을입
구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제는 한적한 산사가 되어버린 세심사에는 언제나처럼 온화
한부처님의미소가한결같이사람들을맞이하여주고있다.
그는이렇게수백년의조상님들이묻어계시고자신또한돌아가게될산양리가후손
들에게도 영원히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것이야말로 문중의 일원으로 평생을 기여한 이
유라고 여기고 있다. 하나 둘씩 비어가는 집들이 흉가처럼 마을의 모습을 해치는 것이
그는 보기 싫다. 차라리 도회지처럼 동네 한복판에 아파트를 짓고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가깝게살기를바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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