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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존재하며 우리와 동시대를 이루고 있고, 언젠가는 분명히 마주칠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는 것은 예술의 큰 역할 중의 하나다. 대개의 사람들은 일상을 품위
있게 해주고 적당히 지적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예쁘고, 편안하고, 소박한 이미지를 원한다.
자신의 지각과 상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감당하기 힘든 스케일의 것들은 불편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미술작품도 기호품이니 당연하지만 그런 경우엔 인테리어 소품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때로는
낯설거나 거창한 것에 대해서도 상상해 보자. 그런 불편함이 일상에 안주한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한다.
이미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이제 꿈을 키우는, 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끓는 사춘기 아이
들에겐 더욱 그렇다.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 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자기 자신의 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계를 보게
된다. 그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신에게 주입시키기만 하는 사람에게 정보는 넘쳐나겠지만 스스로
그것의 의미는 상상해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냥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고흐나 피카소, 그리고 김홍도와 함께 백년 전의 시점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다음
세대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작가가 아닌 허스트나 트레이시 에민 같은 낯선 외국 작가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까? 그것도 한 오십년이나 백년쯤 후에 말이다.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오랜 시간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집중하고 그것을 관찰한다.
대상을 관찰한다는 것은 어떤 예술가에게든 우선적으로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상상의 벽돌을 쌓아 올린다. 그들은 짓고 허물고 다시 쌓는
과정을 반복하며 오랜 시간을 보낸 뒤에야 자신만의 새로운 집과 창과 문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창가에서 세상을 내려다 볼 것이다. 다른 사람이 지어 놓은 이전의 집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
보이지 않겠는가?
다양한 시각은 상상의 지평을 넓혀 준다. 동일한 데이터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두 사람이 만날 때
거기에서 형이상학이 생겨난다고 말한 과학자는 아마도 과학의 지평 너머을 통찰한 사람이었으리라.
자신의 창으로 세상을 보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다른 이의 문을 두드린 그런 사람이었을 거라고
상상한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면 차가운 바람은 불겠지만 사각의 틀 밖으로 세상이 더 넓게 보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계절도 바뀌고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동하겠다.
올 봄에는 과천에 있는 현대미술관에 가봐야겠다. 나선형 회랑의 난간에 기대서서 백남준의 다다익
선을 올려다보고 있는 아이들을 상상한다.
글쓴이 소개
조 성 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의상디자인 전공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
최고기술자과정 수료
?해울도예공방 운영
24 |
2011_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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