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6페이지

23페이지 본문시작

328
배출했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있어서 아직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변방에 불과하다. 물론 백남준 같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도 있지만 백남준 예술의 근간이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의 예술
적인 성취와 대한민국의 아트씬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킬 만한 고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백남준이 세계
인이었듯이 우리는 그저 세계인으로서 관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몇해 전 삼성이 세계적인 건축가를
한명도 아니고 여러명을 불러 설계한 리움같은 곳도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답게 고가의 소장품
목록엔 외국의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망라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의 현대미술
작가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광화문이 복원되고 그 앞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버티고 서있지만
청계천에는 몇 십억짜리 올덴버그의 대서양산 소라껍질이 서있다. 과거는 우리의 것이지만 현재는 어쩌
면 우리의 것이 아닌 것 같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울분과 회한이 많아서일까? 우리 상상속에서 문화
라는 것은 여전히 전통의 이미지에만 머물러 있는 듯하다. 한때‘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이 문화예술계에 화두처럼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이 말 속에 분명히 유효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
말이 풍기는 명분의 달콤함 말고는 딱히 현재에 유용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하기야 덕분에 광화문도
복원되고, 세종대왕님도 거리로 나오시고, 이순신 장군도 옷을 갈아 입으셨으니 그만큼 우리의 문화적
인 국격도 높아졌을 테지만, 그러나 그것을 우리의 당대라고 부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골동의 모조
같이 창백해 보인다. 그럼 우리의 당대는 어디 있는 걸까?
얼마 전 태안의 한 중학교에서 겨울방학 미술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
분야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을 경험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이야 미술시간에 많이 봤으리라는 생각에
교과서에 아직 나오지 않았을 법한 현대미술의 최근경향에
대해서 소개하자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찾다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영국의 현대미술 작가들 중에서 yBa(young British
artists)에 대한 자료들을 준비했었다. 영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이 젊은 작가들은 현대미술의
극점에서 움직이며 충격적이리만치 새로운 감각과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데미안 허스트로 대표되는 yBa는 가벼움과
저속함, 그리고 무엇보다 상업주의에 물들어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진지함을 외면했다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지만 그
자체가 미술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성찰하며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시대를
데미안 허스트 - 신의 사랑을 위하여
표현하고 또 증명해 내고 있다. 화가라고 하면 고흐나 피카소
밖에 모르고, 아직 미술관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다. 도대체 이런 것도 미술이야라고 할 만큼 동시대의
작가들에게조차 낯설게 느껴질 정도니 너무 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때론 멀리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사유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멀어 우리의 가시권 밖에 있지만
23
http://seosan.cult21.or.kr

23페이지 본문끝



현재 포커스의 아래내용들은 동일한 컨텐츠를 가지고 페이지넘김 효과및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페이지이므로 스크린리더 사용자는 여기까지만 낭독하시고 위의 페이지이동 링크를 사용하여 다음페이지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상단메뉴 바로가기 단축키안내 : 이전페이지는 좌측방향키, 다음페이지는 우측방향키, 첫페이지는 상단방향키, 마지막페이지는 하단방향키, 좌측확대축소는 insert키, 우측확대축소는 delete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