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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가 1986년에 쓴 논문에 따르면, 18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인들은 중국의 기술서?실용서 등을
열심히 번역했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동아시아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세계무역의
중심부에 진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서양 서적을 열심히 번역하듯이, 19세기
이전에는 서양인들이 그렇게 했던 것이다.
프랑스 병사들이 강화유수부 건물은 불태우면서도 책만큼은 소중히 챙겨간 이유는 그런 맥락
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적국의 정부기록이기 때문에 훔쳐 간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동아시아
서적은 귀중하다’
는 인식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자신들이 앞서지만 사상?
문화?무역 측면에서는 동아시아가 여전히 앞선다고 인식했던 것이다. 동아시아 서적을 열심히
번역해내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그들의 눈에는 외규장각 도서들이 아주 값나가는 물건
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선의 서적을 탐했던 것이다.
서양 중심주의에 빠진 지식인들은 서유럽이 아주 오래 전부터 세계 일류였던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서유럽은 19세기 중반에야 비로소 동아시아를 능가하고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서유럽은 지식인들을 동원해‘동양은 본래 미개했다’
인식을 조장했다. 승자 중심의 세계관을 만들어내기 위한 일종의 역사왜곡이었다. 하지만 그렇
다고, 동아시아가 서유럽을 능가했던 19세기 이전의 진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순
왕후의 가례도감 의궤가 프랑스로까지 넘어간 것은, 동아시아의 문화 콘텐츠가 서유럽의 그것을
능가하던 19세기 이전의 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정순왕후 가례도감 의궤를 비롯한 고서적들이 뒤늦게나마 돌아오는 것은 지난날의 역사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고 다행한 일이다. 이번에 고서 일부를 돌려주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에도 5만 권 정도의 한국 고서가 있고 그 외의 나라에도 한국
문화재가 산재하고 있으니, 차제에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가일층 강화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물건’
을 되찾는 일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되찾는 일이
될 것이다.
글쓴이 소개
김 종 성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동양사 전공 박사수료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
‘한국사 인물통찰’강의 중
?문화재청 헤리티지 채널‘TV 속 역사읽기’연재 중
?오마이뉴스‘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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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osan.cult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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