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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적이었다. 그렇다면 포도대장이 그를 풀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포도대장도 포졸처럼 뇌물을 받았
을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럼,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포졸의 도움으로 감옥을 빠져나온 아래적은 그 길로 포도대장 집으로 향했다. 그 집 침실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다. 방문을 열어보니 포도대장 부부가 곤하게 잠들어 있었다. 애정이 식어 있었던지,
두 사람 사이에는 한 명이 더 들어갈 공간이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아래적은 옷을 홀딱 벗고
부부 사이로 들어가서 두 사람을 옆으로 밀어냈다. 그런 다음 이부자리 위에‘아래’
란 글자를 써놓고
감옥으로 유유히 되돌아왔다.
‘아래’
란 표식만 남기면 그만이지 굳이 옷까지 벗을 필요는 없었는데도
그는 그렇게 여유를 부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글자를 보고 깜짝 놀란 포도대장은 아래적이 아직 체
포되지 않았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출근한 그는“저 자는 아니야!”
라며 곤장 몇 대 때리고는
아래적을 풀어주었다. 실수로 나무에서 떨어진‘원숭이’
는 도로 나무로 올라갔다.
요즘 사람들은 말단 순경이 사는 집에 잘못 들어간 도둑을 두고도‘재수 없는 도둑’
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래적은 말단 순경이 아니라 치안 총수인 포도대장의 침실에까지 들어가서 옷을 훌러덩 벗은
뒤 글귀를 남기고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 물론 이것은 민담 속의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조선시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통쾌해 했다는 사실이다. 포도대장이 의적에게 당하는 장면을 보고
통쾌해 했던 것이다. 다른 시대와 마찬가지로 조선시대 사람들도 의적을 영웅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
이다. 권력층의 재물을 빼앗아 서민들에게 나눠주는 측면 못지않게 이처럼 지배층을 비웃고 조롱하는
측면 때문에 사람들은 의적 이야기에 열광했던 것이다. 그만큼 봉건적 지배권력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이다.
드라마 <짝패>는 종영되었지만, 의적을 다룬 드라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앞으로도 계속 생산될 것
이다. 아래적이나 쾌걸 조로 외에도 홍길동?일지매?임꺽정?장길산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앞으
로도 두고두고 서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할 것이다. 서민대중의 분노를 자아
내는 권력층의 부정부패가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의적은 계속해서 인기 있는 문화
코드로 남아 있을 것이다.
글쓴이 소개
김 종 성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동양사 전공 박사수료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
‘한국사 인물통찰’강의 중
?문화재청 헤리티지 채널‘TV 속 역사읽기’연재 중
?오마이뉴스‘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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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_06
http://seosan.cult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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