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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고전
『서장
대혜 스님의 삶 공부
문 성 환
(수유너머 남산 학인)
대혜종고(
皐, 1089-1163) 스님의『서장(
은 대중적인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종교를 떠나 많은 지식인들에게 중요한 필독서중 하나였다. 오늘날의
말로 풀면 단순히‘편지글 모음’정도에 해당하는 이 책이, 즉 대혜 스님의 편지글이
어째서 지식인들에게 필독서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서장』
이 당대의 유학 사대
부들과 나눈 편지글이면서 또한‘공부’
에 관한 대혜 스님의 가르침이 잘 드러나 있는
문장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불교는 마음 공부를 강조하는 학문이자 종교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공부는 어떻게 정의
되고 어떻게 전수되는 것일까. 대혜 스님은 먼저 조용한 곳을 구해 공부하려는 학인(
)들의
마음가짐이 갖는 병폐부터 지적한다. 절을 찾는 사대부들의 마음 속에는 현실의 번뇌로부터
벗어나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겠다는 계산이 들어 있는데, 사실 이러한 마음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조금만 동요가 생겨도 금세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즉 절집의
고요함은 결코 한적하고 번뇌없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요청의 결과가 아니다. 대혜 스님은 오히려
절집에서 행하는 조용한 명상 공부야말로‘돌로 눌러 놓은 풀’
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요한
삼매(
)가 주는 매혹에 끄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 대혜 스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흔히 불교와
선( ) 등에 대해 우리가 갖는 일반적 상식, 즉 정적(
)이고 탈속(
)적인 이미지를 통쾌하게 부술
뿐 아니라, 공부가 삶의 현장을 떠날 수 없다는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탈속자 스님이 현실 정치의 관료 사대부들에게 삶과 현장에 관해 충고한다는 아이러니! 이러한 구도가
가능한 것은 대혜 스님의 말과 글이 스님의 구체적인 현실과 절실한 실존적 문제 위에서 구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대혜 종고는 삶의 현장을 떠나지 않는 공부에 관해 이렇게 충고한다. 공부는
목숨조차 버릴 수 있는 곳에서 시작되며, 생과 사를 넘어설 줄 아는 것에 이르는 것이라는 것! 놀랍
게도 스님의 편지 속에는 이러한 언표들이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 순간 삶은 죽음과 분리되지
않고, 공부는 삶과 유리되지 않는다. 백척(
)의 장대 끝에서 진일보하는 것이 깨달음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깨달음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은 지금 우리가 선 자리를 백척의 장대 끝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사대부들이 대다수 이 일에서 모든 것을 바로 깨칠 수 없는 것은, 다
만 마음보가 너무 똑똑하고 지견( 見)이 매우 많아서 종사(
)가 입 여는 것을
보면 벌써 한꺼번에 짐작하여 알아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리어 아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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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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