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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그렇고 그런 유학자 부류라고 생각하고 버릇을 고쳐줄 생각이었다. 왕양명과 동라석 사이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며칠간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한 마디 두 마디 말을
섞게 되면서, 동라석의 말투는 점차 부드럽고 온화해졌다. 마침내 동라석은 진심으로 양명의 말에
감복했다. 토론이 끝났을 때, 동라석은 기어이 자신보다 한 세대 가까이 어린 왕양명의 제자가 되기를
고집했다.
전습(
)이란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은 것[ ]을 나의 것이 될 때까지 열심히 익힌다[ ]는 뜻이다.
배움과 실천은 이렇게 함께 한다. 배움이란 새의 날개짓처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를 일
깨워준 스승에 대한 최고의 보답은 그 말씀들을 곱디곱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몸에 새겨
새로운 형식으로 되바꾸는 것이다. 그리하여 스승의 앵무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또 다른 스
승이 되는 것이다.
『전습록』
에는 힘든 잡무에 스트레스가 쌓여 돌아버릴 것 같다는 말단 공무원 제자의 볼멘 불평이 있
고, 자식이 죽어가는 순간에 고민하는 제자도 있고, 스승의 말씀이 미심쩍어 뒤에서 딴소리하는 제자
의 모습도 있다. 그때마다 스승은 바로 그 제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 말씀들은 때론 엄하고, 때론 부드
러우며, 때론 유머러스하다. 그리하여 그 배움의 정원에서는 스승의 가르침에 함께 놀라고, 두려워하
고, 갸웃거리고, 깡총거리고, 환호작약하는 밴드 구성원들의 모든 표정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
런 식으로 그들은 그 모든 살아가는 순간을 자신들의 물음과 배움이 이루어지는 생생한 현장으로 만들
었다. 그리고 바로 그 시끄럽게 복닥거리는 사건 사고들이 놓인 현장의 한복판에서 양명의 강학원은
다른 어떤 철학보다도 풍성한 삶의 지혜를 길어올렸다.
그러고 보면 양명의 철학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작동되는 실천적인 교과서다. 왜냐하면 삶은 어느 한
순간도 머뭇거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알면 행하지 않을 수 없다. 행하지 않으면 아직 아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지금 이순간 나의 행위가 무언가를 미루고 있다면, 혹은 어떤 조건들을 기다리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직 그러지 않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는 만큼 행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나의 행
(실천)이 바로 지금 나의 수준이다! 양명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글쓴이 소개
문 성 환 (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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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osan.cult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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