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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봉과 각시봉
영인면 상성리 서북쪽 들가운데 슬픈 이야기를 간직하며 외로이 서있는 산이 있다. 유복자
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어 어머니를 편히 모시겠다고 밤늦게까지
길쌈을 하시는 어머니 옆에서 열심히 글을 읽었다. 도령의 글 읽는 소리는 환한 달빛에 하
얗게 피어나는 박꽃처럼 낭랑히 들리었다. 어느날 저녁무렵 항상 산책을 하던 그는 별이 환
하게 빛나는 밤에 산길을 건너다가 여인의 애달프고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소리나는 곳으로 가보니 바위옆에 서 있는 큰 나무 아래서 정한수를 떠놓고 지성을
드리는 처녀가 있었다. "천지신명께 비옵나이다. 저의 아버님의 병환이 하루 속히 낳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간절하게 기도 드리는 그여인에게서 그는 성스러움을 느꼈다. 그를 발
견한 처녀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안심하십시오, 산길을 거닐다가 목소리가 들리
시기에 저도 모르게 밤길을 이리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낭자 아버님의 병환이 빨리 나으시
길 저도 기도 드리겠습니다". 처녀의 맑고 고요한 눈을 볼 때부터 그는 처녀에게 끌리는 마
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부터 그는 매일 이 나무 아래를 거니는 버릇이 생겼다. 그
는 어느새 그 처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처녀 역시 그의 깊은 생각과 진실한 마음을 사모
하게 되었다. 여러달 동안의 지성에 처녀의 아버지는 병환이 나아서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그후에도 그는 계속 나무 아래를 거닐었다. 처녀 역시 나무 아래를 자주 거닐었다. 만나면
만날수록 둘은 사모하는 정이 더해갔다. 별이 까무룩 잠드는 밤에 그는 처녀에게 고백했다.
"낭자 나는 당신을 마음속 깊이 사모하오, 오랫동안 간직 하여온 사모의 정을 받아 주시오.
"나와 혼인을 해주겠오?"
처녀는 놀랐지만 곧 정색을 하고 도령에게 "도련님, 도련님께서는 장차 이 나라를 위하여
큰 일을 하셔야 할 분입니다. 그리고 도련님 한분을 바라보고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님이 계
십니다. 한낱 천한 계집 때문에 도련님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생각 아예하지
마십시오. "처녀는 도령의 말을 단호히 거절하고 사라졌다. 그 뒤로 그처녀는 다시는 나무
아래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이 도령과 사랑을 비록 이루지 못했지만 한점의 티도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간직하고 싶었다. 둘이 혼인을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장애가 있으므로
처녀는 도령을 위하여 괴로움을 혼자 삼키려고 하였다. 처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도령은
그날 어머니에게 처녀와 혼인을 허락해 줄 것을 간청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렇게 못한다며 펄쩍 뛰시었다. 이레 동안을 간청하던 도령은 병이 나서
누웠다. 물 한모금 넘기지 못하며 누워있는 아들을 보고 어머니는 눈물을 머금고 허락을 하
였다. 그러나 도령의 어머니가 허락을 했다고 해서 혼사가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도령과
처녀는 날을 받아 혼례를 치루었다. 혼례를 치루고 신랑집으로 가던 중 지금 신운리에 있는
길에 잠시 쉬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방에서 갑자기 도둑떼가 밀어닥쳐 삽시간
에 가마를 에워싸고 신부를 납치해 가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부는 끝까지 반항을 했으나
역부족이라 결국은 자결을 하고 말았다. 이도둑떼는 신부를 짝사랑하던 불량배의 소행이었
다. 그녀는 가슴에 붉은 꽃을 안은채 아무말도 없었다. 도령은 실성한 사람처럼 통곡을 하
여, 신운리에 있는 산에 신부를 장사를 지낸 신랑은 병이 들어서 자리에 눕게 되었다. 신랑
역시 병세가 악화되어 신부가 있는 산에 묻히었다. 사람들은 도령이 묻힌산을 신랑봉이라
하고 처녀가 신운리에 묻힌 산을 각시봉이라 이름하였다.
(신랑봉은 경지정리로 없어짐.)
어금니 바위
고려말엽 돈많고 부자인 욕심장이 노인이 있었다. 그는 많은 땅이 있었기에 그에 따른 소작
인들로 자연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노인에게는 칠삭동이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소작인들
중 어느 한 딸을 며느리로 맞으려 무척이나 애쓰고 있었다. 가난한 농갓집 처녀이기는 하나
아름답고 현명하여 누구 못잖게 많은 칭찬을 받고 있는 처녀가 있었다. 노인은 몇번이나 청
혼을 했지만 승낙은 얻지 못하였다. 누가 칠삭동이에게 딸을 주려 하겠는가? 그러자 노인은
소작할 땅을 주진 않겠노라고 벌러 대었다. 소작을 하여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 부부에
게는 보통의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부모는 망설였다. "우리는 좀 있으면 저승으로 떠
나겠지만 우리 자식은 앞길이 구만리 같지 않은가!"
결국 그들은 허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효성스런 그들의 딸은 스스로 혼인을 하
겠다고 나섰다.
가족도 살고 또 자신도 편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는 펄펄 뛰었지만 외동딸의 갸륵
한 마음을 저버리진 못했다. 혼인날 그의 부모들의 눈빛은 말하는듯 했다. "이제 너는 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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