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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는 자타가 공인하는 책벌레(간서치)
였다. 그는 자신의 작은 방에서 하루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동창?남창?서창 등 해를
따라 밝은 곳에서 책을 읽었다. 그가 진정으로
기뻐서 웃음을 터뜨릴 때는 일찍이 보지 못한
책을 보게 될 때였으므로, 사람들은 그의 웃음만
보고도 그가 귀한 책을 얻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요컨대‘책’
은 이덕무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덕무를
‘책만 보는 바보’
라 놀려 불렀지만, 이덕무는
(이덕무-청장관전서)
자신이 독서벽에 붙들린 사람임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한 마디로 이덕무는‘미친 듯이’독서에 몰입했다. 이덕무가 평생 읽은 책은 수만권이 넘는다.
시간을 쪼개 초( )한 책만도 수백권이었다. 이덕무는 선비?군자로서 한가로이 할 일도 없이 지내
면서 독서조차 하지 않는다면 기껏해야 잠을 자거나 노름을 하거나 남을 비방하거나 돈벌이를
하거나 여색에 힘쓰게 될 뿐이라고 했다. 이덕무는 대부분의 책을 빌려 읽었다. 책에 관한 그의 탐심
)은 과연 대단한 것이어서, 누군가의 집에 귀한 책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면 반드시 그것을
졸라 빌려 보곤 하였다.
이덕무는 책을 빌리고, 읽고, 정리하는 일로 세상을 소일한 게 아니라, 치열하게 읽고, 베끼고,
느끼는 것에 자신의 존재를 걸었다. 세상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무용한 일인 것처럼 보이
지만, 이덕무의 실존이 책읽는 선비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의 실존이 책을 향해 던졌던 엄혹
한 승부의 과정을 그렇듯 표면적이고 단선적인 몇 개의 인상들로 거칠게 도려내버릴 수는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이덕무에게는 책이 우주와 소통하는 하나의 통로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소통하는 우주를 거대한 담론으로 구성하는 대신 개별적인 삶에 대한 통찰
들로 채워 넣었다. 요컨대 이덕무의 독서는 성리학적 질서를 개인적인 일상의 깊숙한 곳까지 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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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osan.cult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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