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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노 이완용이 1909년 12월 명동 천주교 성당에서 벨기에 황제 레오폴드 2세
의 추도식을 마치고 나오는 것을 이재명 의상의 칼에 찔려 복부와 어께에 중
상을 입고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온양온천에 내려와 그해 겨울부터 이듬해 여름까
지 거의 반년이자 요양 차 체류했다.
그때 이재명은 이완용을 덮쳐 칼로 마구 찔렀는데 겨울이어서 옷을 두텁게 입어 중
상만 입혔을 뿐 죽지는 않았다.
쥐를 침입자로 착각‥권총 발사 헤프닝
이완용은 상처도 고칠 겸 괴로운 심정도 가라앉힐 겸 잠시나마 이곳 별장에서 소
용돌이의 정국을 잊으려한 것이다. 그가 묵고 있는 별장은 그가 총리대신이고 따라
서 그의 생명을 노리는 애국열사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경비가
취해졌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이완용은 잠자리에 들 무렵 천정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그러나 이내 조용해졌기 때문에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그 괴상한 소리가 들려 그는 머리 앞에 감추어 두
었던 권총을 빼들고 천장을 겨누었다. 틀림없이 자기를 노리는 괴한이 침입한 것이
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재명으로부터 공포의 칼부림을 당하고 난 이후 온 민족의 분노를 한 몸에 지니고
사는 그에게 잠시나마 불안이 떠나지 않았던 터라 그는 그렇게 성급한 추리를 했던
것이다.
“겹겹이 보초를 서고 있는 놈들은 무얼 했기에 내방에까지 괴한이 들어오게 됐는가?”
이완용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슴을 두근거리며 계속 천장을 응시했다.
그때 천장에서 사람이 뛰어내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순간 이완용은 쥐고 있
던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 연거푸 총알을 발사했다.
탕탕~ 별안간 밤의 적막을 찢고 울리는 총성을 옆방에 자고 있던 호위대장이 달려
왔으며, 기타 시종자들이 허겁지겁 이완용의 방으로 몰려들었다.
“총리대신 각하께서 변고를 당했다. 빨리 의사를 불러라!”
하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호위대장이 칼을 빼어 이완용이 쏜 권총 앞에 벌집처럼 되어버린 천장을 마구
찔렀다.
그러나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찢어진 구멍사이로 쥐똥만이 쏟아져 나왔다.
“각하! 죄송합니다만 쥐가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안심하시고 침전에 드십시오.”
하고 호위대장이 최종점검을 끝낸 후 보고를 하자 이완용은 가느다란 눈에 겸연쩍
은 미소를 띠며 권총을 거두었다. 그러면서 그는“제군들, 공연히 소란을 피워 미안
하고. 어서들 제자리로 돌아가시오.
그리고 오늘밤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하시오.
외부에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지 말란 말이오.”
하고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의 방에는 언제나 고양이를 갖다 놓도록 했다.
원래 고양이를 좋아한 이완용은 이때부터 온양에 있는 동안 잠시도 고양이를 떼어
놓지 않았으며, 고독한 그에게 유일한 친구로 마음을 주었다.
시종자들은 아옹거리는 고양이이 음성을 싫어했지만 이완용은 언제나 고양이에게
잘 다해 주라고 일렀으며, 이듬해 7월 서울로 올라 갈 때도 고양이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이날 밤의 소동은 아무리 비밀에 부쳐보려고 했지만 소문은 꼬리를 물고 퍼
져나가 서울에 까지 알려졌다. 그래서 월남 이상재 선생 같은 분은 이완용에게 편
지를 보내
“쥐 때문에 크게 놀랐다니 심히 안됐소이다.”
하고 조롱하기도 했고, 고양이를 몇 마리 보내겠다고 제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이완용의 쥐 소동은 그를 미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됐던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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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타이딩
A-san of Ti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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