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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게 바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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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면 신성리에 어머니만을 모시고 외롭게 살고 있는 어린 딸이 있었다
그 아이는 어
려서부터 어찌나 효성이 지극하였는지 그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몹쓸 병에 걸려 자리에 눕게 되자 혼자 남은 어린 딸은 그 힘든 일을 도맡아서 해나가며 어
머니를 정성껏 간호하였다
그러나 별 차도가 없자 동네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신대로 생선
을 고아 드리기도 하고 쑥으로 찜질을 하기도 하였으나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 갔다
보다
못한 어린 딸은 어느 산골 암자에 산다는 스님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릴 방법을 가르쳐 달라
고 했다
그 아이의 처지에 의원을 부를 형편이 못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스님은 어린
소녀의 간절한 애원을 차마 물리쳐 버릴 수가 없어서 위험하기는 하지만 방법을 일러 주었
어머니의 병은 바닷가에 사는 흰색의 게를 잡아다가 푹 고아서 그 물을 마시게 하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흰 게는 물위에 오르는 것이 일년에 두 번인데 날짜도
부정확하고 발견한다 손치더라도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법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그 소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래서 흰 게가 산다는 바닷가로 갔다
마침
겨울철이라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에이는 듯하고 눈발이 마구 흩날리는데 그 아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추웠다
그러나 오직 어머니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바위틈에 쪼그리고
앉아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게를 기다렸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는지 드디어 흰게가 나타나
주었다
달도 없는 캄캄한 밤이었지만 그 큰 몸집과 반짝이는 흰 빛이 눈이 부셔서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추위에 시달린 탓인지 움직일 수가 없
었다
눈앞에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약이 있는데도 잡지 못하다니 그 소녀는 너무도 다급
한 마음에 일어나다가 그만 넘어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 소녀
도 차츰 게 모양의 바위로 변해갔다
어머니의 병을 끝내 고쳐 드리지 못한 한으로 게 모
양의 바위가 되어 언제나 슬퍼하며 달이 없는 밤이면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난다고 한다
요즈음 세상에도 부모를 위해 그만큼의 정성을 쏟을
자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진정한
의미의 효가 어떤 것인지를 한번쯤 생각해 봄직하다
말 달리던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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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면 가난한 한 선비가 궁색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가난하여 부인도 얻지 못하고
혼자 글이나 읽으며 시장기는 물로 채우고 날을 보냈다 그런 어느날 시장 구경을 하다가
금붕어를 팔러 다니는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그 통속에 검은 빛을 띤 놈이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 붕어를 없는 처지에 사고 말았다 그리고는 연못에 놓아준
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밤 누가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깬 선비가 방문을 열어 보았더니 어
느 아리따운 처녀가 반짝이는 검은 옷을 입고 절을 하는 것이었다 영문을 몰라하는 선비에
게 그 처녀는 자기는 원래 용궁에 살았는데 육지 구경이 하고 싶어 나왔다가 그물에 걸리어
이런 신세가 됐다고 설명하였다 그래서 밤이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데 일평생 육지에
사는 한 남자의 사랑을 받으며 살 수만 있다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선비는 그 처녀를 아내로 맞았다 어찌나 부지런한지 생활은 궁핍하지 않았고
행복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장수가 살았는데 지나는 길에 본 선비의 아내에게 마음을 빼앗
겨 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그 선비놈을 없애고 자기가 그 부인을 차지해야겠다고 생각
하였다 그런 결론을 내린 장수는 선비에게 내기를 걸었는데 세판 중에 먼저 두판을 이기는
자가 아내를 차지하기로 하였다 선비는 어이가 없었지만 포악한 성질이 무서워 응하고 말
았다 첫 번째로는 활쏘기를 하였다 수십 미터 밖에서 과녁을 맞히는 일이었다 장수는 쉽
게 맞힐 수 있었으나 이제까지 글만 읽으며 활이라고는 잡아본 일조차 없는 선비로써는 어
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첫 번째 내기는 장수가 쉽게 이겼다 두 번째는 시를 지
어 승부를 내었는데 그것은 글만 대해온 선비가 이길 수 있었다
그러자 약이 오른 장수는 세 번째만은 가장 어려운 성 쌓기를 하고 그 자리에서 마릉
달려 경주를 하자는 것이었다 걱정이 태산같은 선비는 식음을 전폐하고 아내를 빼앗길 생
각을 하니 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아내는 용궁에 가서 용황으로부터 비루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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