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6페이지

11페이지 본문시작

표현이 사용되었다. 여기서는 죽은 임금뿐만 아니라 재위 중인 임금을 두고도‘태왕’
을 사용했다. 고구려
임금의 칭호는 왕이 아니라 태왕이었던 것이다. 물론 모든 고구려 군주의 칭호가 태왕이었던 것은 아니다.
광개토태왕릉비문에서 초대 추모왕(주몽왕), 제2대 유류왕(유리왕), 제3대 대주류왕(대무신왕)의 경우에는
태왕 칭호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칭호가 제3대 대주류왕 이후의 어느 시점부터 채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태왕이라 부르든 대왕이라 부르든, 그냥 왕이라 부르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하고 생각해서는 안 된
다. 그것은 고구려의 정치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긴요하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에 따르면, 대주류왕
은 백성 1만여 명을 이끌고 투항해온 동부여 대소왕의 친족을 왕으로 책봉했다. 이는 고구려 임금이 자기
밑에 또 다른 왕을 두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왕 밑에 왕이 있는 논리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대주류왕
이후의 어느 시점부터 태왕과 왕을 구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태왕이란 표현은 여러 단계
의 왕으로 이루어진 중층적인 정치 시스템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태왕인지 대왕인지 왕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2. 담덕은 장남인가 차남인가? :
<광개토태왕> 속의 담덕은 매우 유능한 둘째아들이다. 이것이 그
에게는 시련의 씨앗이다. 담덕을 견제하는 세력은‘태왕이 될 수 없는 제 2왕자가 너무 유능해지면 고구려의
미래가 불안정해진다’
는 논리 하에, 사사건건 담덕을 음해하고 비판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적국(중국
후연)이 담덕을 암살하는 것을 방조하기까지 한다. 암살을 겨우 모면한 담덕이 엉뚱하게도 노예시장에
팔렸으니 둘째아들 담덕의 고난은 참으로 눈물겹기만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설정은 과연 사실일까?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에서는“(담덕은) 고국양왕 3년에 태자로 세워졌고, 8년(원문에는‘9년’
으로
잘못 기재)에 왕이 죽으니 태자가 왕위에 올랐다”
고 했다. 이에 따르면, 담덕은 서기 386년에 태자가 되었다.
374년에 출생했으므로, 만 12세에 태자가 된 셈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그가 고국양태왕의 집권 초기에
후계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담덕의 백부인 소수림태왕은 고국원태왕 25년에, 할아버지인 고국원태왕은
미천태왕 15년에 태자가 된 점을 고려하면, 담덕은 고국양태왕 3년에 태자가 되었으니 꽤 일찌감치 후계자
가 된 셈이다. 역대 태자들과 비교할 때, 이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빠른 편에 속한다. 담덕이 만 12세에,
그것도 고국양태왕의 집권 초기에 후계자가 된 것은 그를 중심으로 하는 후계구도의 형성을 가로막는
라이벌이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그에게 형이 있었다면 그처럼 빠른 나이에 그것도 아버지의
집권 초기에 후계자가 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담덕이 드라마와는 달리 장남이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3. 담덕은 어느 무대에서 떴나? :
<광개토태왕>에서는 담덕이 중국과의 전쟁에서 스타가 되었다는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했다. 드라마 속의 담덕은 중국 왕조인 후연과의 전쟁에서 능력과 가능성을 입증했다.
군령을 어기면서까지 몸을 불사른 그의 용맹함이 아니었다면 드라마 속의 고구려는 고전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담덕이 즉위하기 이전의 국제관계를 살펴보면, 담덕의 명성이 알려진 것은 중국이 아닌
백제와의 전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 고국양태왕 시대(384~391년)의 대외관계를 2
개의 시기로 구분해 보자.
제1기(384~385년)에 고구려와 전쟁을 벌인 나라는 후연이었다. 고구려는 1승 1패를 거두었다. 이때 담
덕은 11~12세인 데다가 일반 왕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울 기회가 없었다. <광개토태왕>
에서는 담덕이 후연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고 했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http://seosan.cult21.or.kr

11페이지 본문끝



현재 포커스의 아래내용들은 동일한 컨텐츠를 가지고 페이지넘김 효과및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페이지이므로 스크린리더 사용자는 여기까지만 낭독하시고 위의 페이지이동 링크를 사용하여 다음페이지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상단메뉴 바로가기 단축키안내 : 이전페이지는 좌측방향키, 다음페이지는 우측방향키, 첫페이지는 상단방향키, 마지막페이지는 하단방향키, 좌측확대축소는 insert키, 우측확대축소는 delete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