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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허면뭣혀,밤낮울어서반평생을살어씨유”(주기예) !
그는 이 노래 또한 “이팔청순에 소년몸 되어서”로 시작하는
다소 발랄하고 희망적인 가사를 뒤로 하고, 그의 마음을 대변하
는 가사 “일본대판이 얼마나 좋아서 꽃같은 날두고 연락선 타나
요”를 선택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노래를 자기표현
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그는 오늘도 마을회관
의 단짝친구 전예근과 함께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가 흥이 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선창할 것이다.
여전히 그의 기억의 대부분은 결혼 이후에 겪은 남편과의 사
별과 홀로 자식을 양육하면서 감내해야 했던 고통스런 시간
들로 가득차 있다. 중산리 토박이로 91년을 살면서 그의 기억
에 지배적으로 각인된 것은 ‘가난’이다. 경제력을 잃고 경상도
를 떠나와 중산리에 정착한 그의 부모님으로부터 시작된 가난
은 그의 결혼생활과 자녀양육과정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
로 보인다. 그의 전 생애가 가난으로 점철된 것은 비단 그의 가
정환경 뿐 아니라 시댁의 빈곤과 남편의 죽음 또한 큰 몫을 차
지했다. 남편이 6.25한국전쟁에서 전사하지 않았더라면, 시댁
이 미약한 정도라도 경제력을 갖추고 있었더라면, 어쩌면 그의
삶이 그처럼 곤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느덧 지나온 90년
의 세월 따라 희미해지는 기억만큼이나 그의 가슴에 맺힌 아픈
기억도 이제는 조금씩 잊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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