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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허면뭣혀,밤낮울어서반평생을살어씨유”(주기예) !
5.왕진뒷굽이에서“퐁당빠져서죽어야지.이세상못살아나.”
하루는 그가 국민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에게 연필과 ‘작기장’
을 사주려고 배급으로 탄 보리쌀을 이고 부여장에 갔다. 그는
보리쌀 한 말을 머리에 이고 부여까지 20리를 걸어서 갔다. 아
침에 보리죽 한 그릇을 먹고 저녁에도 장에서 죽을 먹었다. 그
는 부여장에서 다시 20리 길을 걸어서 오다가 왕진 백사장에
이르렀을 때 기력도 없고 슬픔에 복받힌 나머지 죽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 먼 길을 걸어서 장에 다녀오는데 종일 죽 두
그릇 밖에 못 먹었으니 기운도 없고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는 수심이 깊은 왕진 뒷굽이에 가서 “퐁당 빠져서 죽어야지.
이 세상 못살아나. 죽어서 아무것도 안 보야지”하고 깊은 물속
에 들어갔다. 물이 거의 배까지 차올랐을 때, 울고 있는 어린
자식들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죽으면 늙으신 시어머니와 어린
삼남매가 얼마나 울 것인가. 그 어린 자식들이 동네 밥 얻어먹
으러 다니다가 행여 두둘겨 맞을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죽을 수
가 없었다. 그는 죽으려고 자진해서 들어간 왕진 뒷굽이에서 정
신없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강가에 주저앉아서 무심한 듯 흘러
가는 강물에 이 노래를 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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