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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 다 삼키지 않았을 때인데, 갑자기 낚싯줄을 당겨 올리면 너무 빠른 것이다. 또한 찌가
잠겼다가 약간 움직이는 것은 바늘을 삼켰다가 다시 뱉을 때인데 천천히 당기면 이미 늦
은 것이다.
이 때문에 반드시 잠길락 말락 할 때에 당겨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당겨 올릴
때에도 손을 높이 들고 곧바로 들어 올리면 물고기의 입이 벌어져 있어서 낚싯바늘 끝이
아직 걸리지 않아 고기가 낚싯바늘을 따라 입을 벌리면 낙엽이 나무에서 떨어지듯 떨어
져 버린다.
이 때문에 반드시 손을 마치 비질하듯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여서 들어 올려야 한다. 이렇
게 하면 물고기가 막 낚싯바늘을 목구멍으로 삼킨 다음이어서 낚싯바늘의 갈고리 부분이
목구멍에 걸려 좌우로 요동을 쳐서 반드시 펄떡거릴수록 더욱 단단히 박힐 것이니, 이 때
문에 반드시 잡고 놓치지 않는 것이다.”
하였다.
내가 또 그대로 하였더니 낚싯대를 드리운 지 얼만 안 되어 서너 마리의 물고기를 잡았
다. 손님이 말하기를,
“법은 여기서 다하였지만 묘리는 아직 다하지 못하였다.”
하고는 내 낚싯대를 가져다가 스스로 드리우니, 낚싯줄도 내 낚싯줄이요, 낚싯바늘도 내
낚싯바늘이요, 먹이도 나의 먹이요, 앉은 곳도 내가 앉은 자리였으며, 바뀐 것이라고는
단지 낚싯대를 잡은 손일뿐이었다.
그런데도 낚싯대를 드리우자마자 물고기가 마침내 낚싯바늘을 머금고 머리를 나란히 하고
앞을 다투어 올라왔다. 그리하여 낚싯대를 들어 올려 물고기를 잡는 것이 마치 광주리 속
에서 집어 소반 위에 올리는 것과 같아서 손을 멈출 새가 없었다.
내가 말하기를
“묘리가 이 정도에 이른단 말인가. 이를 또 나에게 가르쳐 줄 수 있겠는가?”
하였더니, 손님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법(法)이니, 묘리를 어찌 말로 가르쳐 줄 수 있겠는가. 만일 가
르쳐 줄 수 있다면 또 이른바 묘리가 아니다. 기어이 말하라고 한다면 한 가지 할 말이
있으니, 그대가 나의 법을 지켜 아침에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저녁에도 낚싯대를 드리워서
온 정신을 쏟고 마음을 다하여 날짜가 쌓이고 달수가 오래 되어 익히고 익혀 이루어지면
손이 우선 그 알맞음을 가늠하고 마음이 우선 앎을 터득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혹 묘리를 터득할 수도 있고 터득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혹 그 은미한
것까지 통달하고 지극한 묘리를 다할 수도 있으며, 그 중 한 가지만 깨닫고 두세 가지는
모를 수도 있으며, 혹은 하나도 알지 못하여 도리어 스스로 의혹할 수도 있으며, 혹은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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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 향토문화 회원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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