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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런데 사람은 일평생 행복에서만 살 수 없는 것이었나 보다 그렇게 인자하고 자상하
고 정이 많던 남편이 이름 모를 병으로 자리에 눕게 되었다 좋다는 약은 안 써 본 것이 없
고 명의란 명의는 다 찾아 보았지만 병명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 부인은 천인단애의
지경에 이른 듯 암당하여 슬퍼하다가 달리 방법이 없음을 깨달아 뒤뜰에 정한수 한 그릇을
떠놓고 정성을 다하여 빌기를 수십일 그러나 남편의 병에는 차도가 없었고 찾아오는 사람
마다 그 색시에게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시주를 위하여 대문을 두드린
스님이 그심에 차 있는 부인의 얼굴을 보고 무슨 걱정이 있는지 물어왔다 그 부인은 남편
의 병 이야기를 하고 처음 보는 스님일지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유의 방법을 논의하였다 그러나 그 스님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으나 깊은 산속
에 작은 못이 있는데 그 물을 떠다 먹이고 목욕을 하면 어떤 벙이라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이었다
그러나 그 못에는 천년이 된 거머리가 살고 있어서 아무도 접근할 수가 없다 했다 다만
한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이란 부정한 일이 없는 순결한 여인네의 머리카락을 모두 뽑
아서 향을 피우면 이 거머리가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그 부인은 머리 카락을 뽑는다
는 사실이 더할 수 없는 고통이고 아픔이었지만 그 아픔이 남편을 잃는 슬픔보다 작았기 때
문에 굳은 결심으로 머리카락을 뽑기 시작했다 입밖으로 새어 나오는 비명 어찌할 수가 없
었고 그 덕망 놓아 보이는 스님은 방문 밖에서 목탁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침내 다 뽑아진
머리카락을 소중히 싸서 스님과 함께 거머리가 산다는 못으로 향했다 보름날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거머리는 달이 훤하게 떠오르자 드디어 그 괴이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을 보고 다가오는 거머리를 향해 부인은 보자기에 싸온 머리카락을 커내어 불을 붙여
냄새를 피웠다 그러자 냄새에 취한 듯 괴로워서 꿈틀거리는 거
리를 보고 있던 부인은 이
때다 싶어 가지고온 항아리에 그 물을 퍼 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
온 부인은 남편에게 그 물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니 병은 씻은 듯 사라지고 원기를 회복하였
다 부인은 자신의 정성으로 다시 살아나게 된 남편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자상한
남편은 자기를 위해 어떠한 희생도 서슴치 않았던 아내를 전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며 오래
도록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 뒤로 그 못에는 차고 시원한 물이 솟아났는데 정성을 드
리고 그 물을 먹으면 병에 특효가 있다하여 냉천 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만일 부정한 자가
"
"
그 물을 마시면 거머리가 나와서 약효가 없어진다고 전해오고 있다 이렇듯 지아비를 위해
서라면 자신의 무엇이라도 아깝지 않다는 헌신적인 애정만큼 헌신적인 보호는 오늘날 우리
에게 부덕
이란 말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한 남자의 아내라는
위치가 어떤 것인가를 세상의 모든 아내들은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 〕
모녀바위
3
아산군 염치면 보문선원 앞에 장자못이 있다 이곳에는 낚시꾼이 더러 오느느데 보문 선
원에 계시는 스님께서 낚시질을 못하게 하시지만 여전히 낚시꾼들은 찾아온다 장자못에 연
꽃을 심는 등 여러 일을 하시는 스님의 고생과는 아랑곳없이
....
그런데 이 장자못에는 그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어렸을 때 할머니의 무릎
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장자라는 부자 호칭을 가진 사람과 그의 아내 며느리 손녀가 이곳에
살았다 한다 이 장자라는 사람은 대단히 구두쇠라 한다 그러나 며느리는 참으로 착했다
한다 하루는 스님의 시주를 왔는데 장자가 거름을 퍼 주었으나 며느리가 쌀을 시주하며 시
아버지의 잘못을 빌었다 스님은 며느리에게 하시는 말씀이 모년 모월 모일에 딸만 데리고
저 고개를 넘어가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를 하여도 뒤돌아 보지 말라 하셨다 그날 며느리가
딸을 데리고 고개를 넘어가는데 비명소리 천둥소리가 들렸으나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는 스
님의 말을 따라 계속 걸어가다가 그만 시어미니의
"
"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리하여 며느리와 딸은 바위가 되어 지금은 모녀 바위라 불려지고
있다 그 집이 있던 장소는 못이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장자못이라고 한다 악한 사람은 벌
을 받는다는 권선징악
의 정신이 있는 전설같다 착한 며느리가 바위가 된 것은
안타깝지만 오히려 시어머니의 애처로운 소리를 외면한 것보다는 훨씬 인정이 있는 것 같
〔 〕
뱀 밭
4
지금은 현충사가 있는 마을이 염치면 백암리인데 뱀밭은 지형이 뱀처럼 생겼다하여 붙여
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또 다음과 같은 전설도 있다 어느날 한 부인이 아침상을 들여가는데
마당에 굵고 긴 아주 오래된 뱀 한 마리가 몸을 비비꼬고 머리를 빳빳이 들어 그 집을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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