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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모시고 결성으로 돌아왔다. 결성으로 낙향한 이유는,
“지난해 11월 15일에 상소하여 과거를 시행하는 마땅한 도리를 아뢰고, 또 군사
의 징발과 군포의 징수를 늦춰줄 것을 청하였는데, 이해 2월 18일에 임금이 비답
을 내릴 때에 자신의 뜻에 거슬린다 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에 4월에 대부인
을 모시고 결성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아마도 이 시기에 독서와 낚시로 시간을
보내며 쓴 글로 보여진다.
경술년(1670, 현종11)에 내가 고향인 결성(潔城)으로 돌아오니, 집 뒤에 작은 못이 있었
는바 넓이가 수십 보이고 깊이가 6,7척이 못되었다. 나는 긴 여름날에 할 일이 없으면
번번이 가서 물고기들이 입을 뻐끔거리며 떼 지어 노는 것을 구경하곤 했다.
하루는 이웃사람이 대나무 하나를 잘라 낚싯대를 만들고 바늘을 두드려 낚싯바늘을 만들
어 주며 낚싯줄을 드리우게 했다. 나는 오랫동안 서울에 살아서 낚싯바늘의 길이와 너비
와 굽은 정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저 이웃사람이 준 것을 좋게 여겨 하
루종일 낚싯대를 드리웠으나 한 마리도 못 잡았다.
다음날 한 손님이 와서 낚싯바늘을 보고 말하기를
“고기를 못 잡는 것이 당연하다. 낚싯바늘 끝이 너무 굽어 안으로 향했으니, 물고기가 바
늘을 삼키기 쉬우나 뱉기도 쉽다. 반드시 끝을 조금 펴서 밖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고 했다.
나는 손님으로 하여금 낚싯바늘을 두드려서 바늘의 둘레를 좁게 한 다음 또다시 하루 종
일 낚싯대를 드리웠으나 겨우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이다.
다음날 또 두 손님이 왔으므로 내가 낚싯바늘을 보여 주고 또 그동안의 사연을 말하니,
한 손님이 말하기를, “물고기가 조금 잡히는 것이 당연하다. 낚싯바늘을 눌러서 굽힐 적
에는 반드시 굽힌 곡선의 끝을 짧게 하여 겨우 싸라기 하나를 끼울 만해야 하는데, 이것
은 굽힌 곡선의 끝부분이 너무 길어서 물고기가 삼키려 해도 삼킬 수가 없어서 틀림없이
장차 내뱉게 생겼다.” 하므로, 나는 그 손님으로 하여금 낚싯바늘을 두드려서 뾰족한 부
분을 짧게 한 다음 낚싯대를 한동안 드리웠다. 이에 물고기가 낚싯바늘을 여러 번 물었으
나 낚싯줄을 당겨 들어 놀리면 혹 빠져 떨어지곤 했다.
옆의 한 손님이 보고 말하기를,
“저 손님의 설명이 낚싯바늘에 대한 말은 맞으나 낚싯줄을 당기는 방법이 빠졌다. 낚싯줄
에 찌를 매다는 것은 부침(浮沈)을 일정하게 하여 물고기가 바늘을 삼켰는지 뱉었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다. 찌가 움직이기만 하고 아직 잠기지 않은 것은 물고기가 낚싯바늘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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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향토문화(洪州鄕土文化) 제36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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