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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허면뭣혀,밤낮울어서반평생을살어씨유”(주기예) !
안부로 모집해 데려간다는 소문이 동네에 파다했다. 어머니는
처녀티가 나는 열일곱 살의 기예씨를 보면서 “일본 가면 저건
죽어서 오지.”하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린 딸이 위
안부로 끌려갈까봐 밤낮으로 노심초사 하던 중에 동네 사는 한
아주머니가 어머니에게 “그럼 우리 며느리 삼게 달라”고 했다.
그게 혼담의 시작이었고 끝이었다. 어머니는 다급한 마음에 혼
인을 허락했다. 당시 시어머니는 외아들과 함께 단촐하게 살고
있었다. 양가의 살림이 뻔하고 서로 가진 것이 없기에 간소한
상차림으로 혼인식을 했다. “족두리? 썼나 안 썼나 그것도 몰
라. 짚새기 신고 온 것만 알어.” 17세 처녀 주기예는 이웃 총각
임운택과 그렇게 ‘동네혼인’을 했다.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급히 혼인은 했는데, 얼마나 가
난한지 신혼부부가 살 집이 없었다. 남편이 나무 밑에 방 한
칸, 부엌 한 칸을 마련하여 가난한 신혼살림을 차렸다. 서로가
야학당에서 안면을 익혔음에도, 그들 부부는 혼인 후에도 얼마
간 부끄러워서 말도 잘 못 붙였다. 그는 곧 삼남매의 어머니가
되었다. 아들 둘을 낳고 막내딸을 임신했을 때 시어머니는 “없
는 사람이 자식만 들고 낳는다”며 타박하셨다. 마침 입덧하느
라 밥도 못 먹고 힘든 상황에서 그 말씀을 듣고 많이 서운했단
다. 그는 없는 살림에 ‘애만 만든다’고 할까봐 남편과 자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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