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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달을 후세에 알린 손곡집(蓀谷集)
허균이 남긴 스승 이달에 관한 여러 기록 중에서, ‘손곡집’이야말로 가장 큰 업
적으로 손꼽힐 것이다. 만약에 허균의 이와 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이달의 글들이
오늘날까지 온전하게 전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허균은 반역자로 몰려 죽던 1618년 3월에 손곡집을 엮었다. 그야말로 죽기 직
전까지 제자로서 스승에 대한 예우를 다한 것이다. 그 덕분으로 손곡 이달의 이름
은 죽어서 더 빛을 발하는 것이다.
허균은 자신이 갖고 있던 시 200여편을 모아서 4권으로 ‘손곡집’을 엮었다. 그
뒤에 홍유경과 이재영의 도움으로 130여 편을 보태어 6권으로 편찬하였다. 현재
전하는 손곡집은 6권 1책에 369편의 시가 실려있다.
허균은 손곡집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 상략 -
같은 시대에 손곡옹(蓀谷翁)이라는 사람이 있어 처음에는 호음(湖陰)에게 두보(杜甫)와 소
동파(蘇東坡)를 배웟는데, 그가 읊은 시가 이미 홍진(鴻縝)하고 순숙(純熟)하였다. 그러나
최경창, 백광훈과 사귀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진땀이 흘러, 그 배운 것을 모두 버
리고 다시 배웠다. 그의 시는 본래 공봉(供奉) 이백(李白)에 근원을 두고 우승(右丞) 왕유
(王維)와 수주(隨州) 유장경(劉長卿)에 드나들어 기운은 따뜻하고 지취(志趣)는 빼어났으
며, 빛이 곱고 말은 맑았다. 곱기는 남위(南威)와 서자(西子)가 고운 옷을 입고 밝게 단장
한 것 같고, 부드럽기는 봄볕이 온갖 풀에 내려 비치는 것 같았다.
서리처럼 찬 물줄기가 큰 골짜기를 씻어 내리는 것같이 맑았으며, 높은 하늘에서 학을 타
고 피리부튼 신선이 오색구름 밖을 떠도는 것 같이 밝게 울렷다. 당기면 노을빛 비단이
바람에 일렁이듯, 펼치면 옥빛 자리에 옥구슬이 구르듯, 쨍그랑하고 소리나게 몰아치면
비파가 슬피 울고 구슬이 울리듯, 눌러서 잡으면 천리마(千里馬)가 멈취 서고 용이 웅크
리듯, 일없는 때에 천천히 걸음은 평탄한 물결이 넘실넘실 천리 바다로 흘러가듯, 태산의
구름이 바위에 부딛쳐 흰 옷도 되고 푸른 개도 되었다. 개원(開元)·대력(大曆) 사이에 두
더라도 왕유(王維)와 잠삼(岑參)의 반열에서 조금도 기울지 않고, 우리나라의 여러 이름난
시인들과 비교하더라도 그들 또한 눈이 휘둥그래져 90리는 물러설 것이다.
옹은 신분이 미천해 많은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지 않았으므로, 지은 시 천여 편이 모두
흩어지고 남은 게 없엌ㅆ다. 내가 소년시절부터 작은형님의 명으로 옹에게 시를 배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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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향토문화(洪州鄕土文化) 제36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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