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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니, 서로 얽어 맺어져 갓끈을 나부끼며 죽기를 각오하고 마구 이익을 취하는
자와는 누가 즐겁고 누가 괴로우며, 성(性)을 기르는 자와 성을 잃는 자의 차이는
다시 얼마나 될 것인가?
아아! 세상이 이미 어지러워지고 인물이 사라졌구나. 율곡 선생이라는 대들보가
꺾인 이후 계승하여 일어날 사람은 없어져 들리지 않았는데, 오직 사계 공만이 학문의
공을 높이 쌓고 남에게 은덕을 베풀어 후학을 위해 앞장서서 이어받았다. 이제부터
외딴 촌구석에서 굳게 지키며 아직 다하지 못한 것은 더욱 힘쓰셔서 나같이 어두운
길에서 구렁텅이에 빠져 갈팡질팡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댈 바가 있게 만들어야할
것이니, 이점이 내가 사계 공께 바라는 바이다. 내 어려서는 힘쓰지 않았고 늙어서는
들은 바가 없는데, 이에 이르러 도깨비 같은 오랑캐를 막느라 죽음과 이웃이 되어
한밤중에도 잠이 없게 되었다. 억울하고 분하며 부끄러운 느낌이 생겨난다. 평생토록
스승과 벗의 기대를 저버렸으니, 하늘이 누군가에게 너를 완성하여 이루도록 마음을
움직이게 하셔서, 굶주림으로 고생하고 곤궁하여 야윈 가운데에도 성(性)을 간직해서
그 학업에 둔 뜻을 키워주시려 한 것인가?
임기를 마치면 관직을 내던지고 돌아가 고요한 가운데 서로 따르며 친하게 지내고,
풀어지려는 마음을 다잡아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며, 이 이름을 돌아보아 함께
힘쓰게 될 것이다. 사업을 넓히고 베푸는 것에 이르면 때[時]이겠는가, 명(命)이겠는
가? 누가 그렇게 하도록 시키겠는가, 누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시키겠는가? 내가
기약할 바도 아니다.
만력 계묘년(1603) 사월 초파일 초계 후인 정엽 적다.
◎ 돈암서원 상량문
돈암서원 상량문(遯巖書院 上樑文)은 1633년 김상헌이 쓴 글로 돈암서원을 지을
때 대들보를 올리면서 돈암서원이 우리나라 유학의 전통을 잇고 앞으로 이 곳에서
수많은 학자와 선비들이 나오기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문>
連山縣遯巖書院上樑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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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지역의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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