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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의 대용(大用)이 두루 행해도 막힌 구석이 없는 까닭을 생각하는 것이다.
대나무를 바라보면서는 그 가운데가 텅 비어 통하지만 마디가 있는 것에서 절개를
취하며, 소나무를 바라보면서는 굳세게 서서 뒤늦게 시드는 점을 아끼게 된다. 산이나
물, 소나무나 대나무는 하나의 한갓 사물이지만 성(性)을 기르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이와 같아서, 화려한 꽃과 작은 풀들을 바라보면서는 온화한 마음이 생겨나고
맑은 연못과 달빛을 바라보면서는 티끌 하나 없는 경지에 이르셨으니 어찌 사계
공이 성(性)을 기르는 즐거움 또한 이러한 것들에서도 얻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
겠는가?
예전에 자기의 욕심을 눌러 이기고 성(性)을 기르는 도리는 쓰이지 않는 바가
없었다. 그 궁극적인 것을 취해야 얻을 수 있으며, 사물 또한 많아서 멀리 여러
사물에서 취하여 지극한 이치를 모두 드러내야 하는 것이니 이러한 말이 있는 것이다.
‘어진 사람은 산과 같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과 같다’
뜰에 난 풀조차 뽑아버리지 않는 사람도 있고, 국화를 따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만물을 고요히 바라보면 모두 거기에는 지극한 이치가 있는데, 뭇사람들
이 그것을 바라보면 우뚝 선 것은 다만 그것이 산이라는 것을 알 뿐이고, 흐르는
것은 다만 그것이 물이라는 것을 알 뿐이며, 풀과 나무는 다만 그것이 풀과 나무라는
것을 알 뿐이다. 군자가 그것을 바라보면 우뚝 선 것은 반드시 그것이 우뚝 선 까닭을
알고, 흐르는 것은 반드시 그것이 흐르는 까닭을 알며, 풀과 나무는 반드시 그것이
풀과 나무인 까닭을 안다. 이미 만물이 그렇게 된 까닭을 알았으니,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어 오르니 위와 아래가 환히 드러나며 온 산이 푸르다 누렇게 되는
것이 태극(太極)에서 근원하지 않는 것이 없다. 깊이 살펴 환하게 깨달아 이쪽과
저쪽에 틈을 두지 않아서 내 몸과 마음에 체득했으니, 성(性)을 기른 공이 크지
않은가? 그러므로 산은 구불구불하다가 푸르름을 드러내며, 물은 획획 부딪치며
흐르다가 소리가 사라진다. 위와 아래의 네모진 연못에 구름의 그림자가 물결 따라
일렁이고 푸른 소나무와 긴 대나무가 좌우에 빽빽하게 들어선 것이 이 정자가 경치
좋은 곳이 되게 한 까닭이며 성(性)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 것들이니 한갓 사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물며 칡 두건 쓰고 짚신 신고 어른과 아이 대여섯 명을 데리고서
혹은 버드나무가 심어진 물가와 복숭아나무 아래의 좁은 길에서 한가롭게 흥겨워하
며, 혹은 가볍고 빠른 배와 작은 노로 긴 강의 물결을 거슬러가며 한가하고 평안하게
고상한 흥에 취하면서 사물을 대하여 즐거워한다면 무우(舞雩)의 뜻과 거의 비슷할
편액과 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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